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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두는 여자 - 샨사책 2020. 5. 15. 15:39
바둑두는 여자
바둑두는 여자라는 듣도 보도, 생각도 못한 제목 덕분에 궁금증이 생겨 정보를 찾아보게 된 책이다. 작가의 업적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보게 되었다.
바둑두는 여자는 말 그대로 바둑 두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름없는 한 남자 주인공까지 총 두명이다.
그런데 이 주인공 여자는 이야기 내내 이름이 없다.
류라는 묘한 관계의 사촌과 바둑 둘 땐 바둑 두는 여자가 된다.
위에쭈라는 언니에겐 한 동생이다.
귀족 출신의 엄마에게는 둘째 딸이고,
홍이라는 중학교 친구에겐 하나뿐인 절친이다.
민이라는 육욕을 공유하는 남자의 한 연인이고,
그에 질투를 하는 민의 친구인 징이라는 남자의 짝사랑 상대이다.
쳰훤 광장에서 바둑을 즐기는 여러 사람들 중 하나이고,
그 사람들의 이름없는 적수다.
책에 주요하게 언급된 이 바둑 두는 여자의 상대는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어릴 적부터 주인공에게 바둑을 가르친 사촌 류이고, 다른 한 명은 중국을 침략하러 온 중국 대학생 차림으로 위장한 일본 군인이다. 그도 이름이 없다.
이 두 인물이 번갈아서 자신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의 이름이 없다는 것을 첫 부분에 주변 인물에 대한 소개가 거의 나오고나면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주요 등장 인물은 통성명을 하거나 주인공이 직접 언급을 한다. 그래서 주변에 어떤 인물이 있는지 소개가 되어 이름들을 알 수 있지만 주인공 이름이 퍼뜩 떠오르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주인공의 이름을 놓쳤나 싶어 앞의 장들을 뒤져봐도 딱히 언급은 없다.
이 두 남녀 주인공에게 이름을 주지않은 이유가 뭘까?
여자 주인공의 이름은 제일 나중에 언급되긴 하지만 이야기 동안에 누군가에 의해 이름이 불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주변 인물에게만 이야기가 치중된 것은 아니다.
모든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주인공은 당연히 그 중 가장 열성적인 인물이다.
그 뿐만 아니라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에게 삶에 열정이 느껴진다.
이야기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기 위치에서 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주인공과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
주인공은 과거 중국의 가부장적 시대 조류에 몸을 맡기는 여자가 아닌 제 발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당돌한 여성이다.
중국의 문학에서 여자와 남자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중국의 여자 주인공은 좀 당당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드라마나 매체에 비춰지는 것을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과거 동양의 여자들은 남자에게 정조를 바치고 가정에 헌신하는 현모양처였다. 그리고 학생이면 우등생이고, 성실하고, 그게 아니면 순박한 이미지로 주로 묘사가 되어왔다.
그래서 그와 다른 이야기 구조가 좀 더 자극적이고 재밌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도 개화기에 신여성이라 하여 고등교육을 받은 신식의 여성이 있었지만 그냥 고등 교육만 받은 여성의 이미지만 그려진다. 어떤 자세한 이미지가 있는지 잘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주인공은 좀 불꽃같다.
확 튀었다가 이내 확 꺼졌다가 또 확 튀어올라 열정적으로 불사지르고 장렬히 전사한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수를 세는 바둑을 즐긴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자기 삶에서는 본능적이고 직관적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삶을 살지만
남의 인생에 대해선 날카롭게 분석한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도 그처럼 슬쩍 내다본다. 그리고 자신의 살아온 생을 거스르고 본능대로 직감대로 살아간다.
자신의 앞에 대해선 당연하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으로 가득찬 여자에 의해 이야기가 숨 가쁘게 진행된다.
주인공인 중학생 여자는 팜므파탈로 묘사되어 또 다른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는 좀 묻힌다.
모든 주변 인물이 이 여자주인공을 위해 있는듯이 느껴진다.
미사여구가 많고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 것과는 다르게
내용이 자극적이어서 확 몰입된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은근한 사랑 이야기를 하는 여운 남는 책보다는 재밌고 자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튼 재밌고 자극적인 이야기 좋아하시면 추천한다. ㅎㅎ'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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