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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미안 - 헤르만 헤세
    2021. 4. 28. 10:07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은 세상이라는 바다 한가운데서 하나의 섬을 찾아 내는 것, 섬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는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진부한 기성 관념에 속박된 생활 풍습을 타파하고 하나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종전과는 다른 형태의 삶의 가능성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무도 자기의 참다운 마음의 고향으로는 돌아가지 못해요. 하지만 같은 길을 걷는 친구들과 어울리면 온 세상이 고향처럼 보이는 법이지요. 물론 잠시 동안이긴 하지만 말이에요.”


    “자연이라는 세계가 인간에게 바라고 있는 것은 각자의 마음 속에, 너나 나의 마음 속에 씌어 있어. 그것을 읽으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연의 소망을 명확하게 알 수 있지.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 속에도 씌어 있었고, 니체의 마음 속에도 씌어 있었어. 우리 모든 인류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의지, 우리 가슴에 새겨진 영원한 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야. 물론 그것은 날마다 형태를 바꿀지도 몰라. 어쨌든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집단이 붕괴하면 우리 마음 속에 적혀 있는 글의 의미대로, 그 글이 가리키는 대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거야.”


    “그 무렵 저는 자살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길이란 누구에게나 이처럼 괴로운 것일까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괴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저 말고도 또 있을까요?”


    “태어난다는 것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물론 잘 알겠지만, 새가 알에서 나오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는가 생각해 봐요. 하지만 인간은 괴로움만 안고 태어나지는 않았을 거예요. 즐거운 때고 있었고 행복감을 가져 본 적도 있었겠지요?”


    “즐거움이란 조금도 없었습니다. 언제나 괴로웠습니다. 그 꿈을 꾸기 전까지는 한시도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꿈을 꾸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래요, 사람은 누구나 꿈을 갖지 않으면 안 돼요. 꿈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들보다 훨씬 편하게 자기 본연의 길을 걸을 수 있어요. 하지만 꿈은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꿈이 좋다고 해서 그것을 영원히 저기에게 머물러 있도록 붙잡아 두려고 하면 안 돼요. 꿈은 새로운 것으로 바뀌기도 하고 아주 사라져 버리기도 하니까요.”
    “그 꿈이 당신의 운명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거기에 순종하지 않으면 안 돼요. 거역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되죠.”
    “당신위 운명은 물론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이 거역하지만 않으면, 그 운명은 언젠가는 반드시 당신이 꿈꾸고 있는 대로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은 세상이라는 바다 한가운데서 하나의 섬을 찾아 내는 것, 섬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는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진부한 기성 관념에 속박된 생활 풍습을 타파하고 하나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종전과는 다른 형태의 삶의 가능성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우리가 의무로 느끼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것은 우리 각자가 완전히 자기 자신으로 도달하는 것, 자기 속에서 움트고 있는 자연의 싹을 안전하고 올바르게 가꾸어 한결같이 그 의지에 따라 삶을 영위함으로써 불투명한 미래상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건 그 모든 것에 대처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 두는 것이었다. 우리가 왜 그것을 의무와 운명으로 생각하는가, 그 까닭은 현재의 기존 관념이 붕괴되고 새로운 것이 태어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과, 이미 그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입 밖에 내건 내지 않건, 우리의 의식 속에서 명백한 윤곽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망이 없는 일에 열중하면 안 돼요. 당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나는 알고 있어요. 자신과 가능성이 없는 일은,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충동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체념하지 않으면 안 돼요. 만약 체념할 수가 없을 때믄 철저하데 원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지욬 자기의 소망을 틀림없이 실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면 그 소망은 반드시 이루어지는 법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무엇인가를 소망했는가 하면 곧 그것을 후회하고 있어요. 그러면 안 돼요. 한 가지 목표을 세우면 거기에 방해가 되는 것은 모두 제거해 버려야 해요. 사람은 역경을 극복하는 의지력이 필요해요.”

    그러고는 별을 사랑한 청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청년은 바닷가에서 두 손을 하늘로 뻗치고 그 별에게 연모의 정을 바쳤다. 그러나 인간이 하늘의 별을 안을 수 없다는 것은 청년도 잘 알고있었다. 그러나 청년은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별을 사랑했다. 그것이
    자기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운명에 순종함으로써 자기의 마음을 순화하는 침묵과 체념과 고뇌의 노래를 불렀다. 그의 모든 꿈은 한결같이 별을 향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그 청년은 바닷가 절벽 끝에 서서 별을 쳐다보며 운명의 연정으로 몸을 태웠다. 별을 사랑하고 별을 그리워하는 절실한 상념이 극에 달했을 때, 그는 별을 향해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순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불가능하다.' 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그의 몸은 별이 있는 하늘과는 정반대쪽인 바닷가 암석 위에 떨어져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 청년은 '사
    랑' 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허공에 몸을 날린 순간, 그 별과의 사랑이 틀림없이 이루어진다고 확신하는 영혼의 힘이 그에게 있었다면 그는 하늘 높이 올라가 별과 맺어졌을지도 모른다 -대강 이러한 줄거리였다.
    그 가련한 청년의 슬픈 사랑의 종말을 이야기한 그녀는 '사랑이란 애걸만 해서도 안 되고 요구만 해서도 안 된다' 는 말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사랑에는 확고한 신념과 의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해요. 그러한 신념과 힘이 있으면 연인의 사랑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연인에게 사랑을 호소할 필요도 요구할 필요도 없게 되지요. 상대방에게 마음이 이끌리기만 하는 사랑은 언제나 슬프지요.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내게 이끌려다니고 있어요. 언제라도 좋습니다. 당신의 사
    랑이 내 마음을 끌어 당기게 되면 나는 기꺼이 따라가겠어요. 나는 스스로 나를 바치고 싶지는 않아요. 의지적인 행동과 확신의 힘을 가진 사랑에 의해 정복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녀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다. 짝사랑을 하는 청년의 이야기였다.
    그 청년은 완전히 자기의 영혼 속에 틀어박혀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쓰디쓴 그림자를 핥으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푸른 하늘도 없고 아름다운 숲도 없었다. 하프의 소리도 시냇물 소리도 없었다. 세계에서 버림받은 그 청년은 가엾고도 비참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는 짝사랑으로 말미암아 세계를 잃은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그 연인에 대한 사랑은 깊어 가기만 했다. 그럴수록 절망감도 더해갔다. 그는 사랑하는 여성을 자기 품에 안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어 버리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각오를 했다.
    그러나 갑자기 그 사랑의 불길이 자기 내부에 있는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부터 사랑은 위대한 힘을 발휘하여 여인의 마음을 끌어 당겼다. 그때까지 청년의 사랑을 전혀 외면하고 있던 그 여성은 비로소 그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청년을 찾아갔다. 청년은 두 팔을 벌리고 여인을 안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연인이 청년 앞에 가서 섰을때, 그녀의 모습은 딴판으로 변해 있었다. 청년은 자기가 잃었던 세계 전체를 자기 힘으로 끌어당겨 자기 곁에 머물게 한 데에 전율을 느꼈다. 청년 앞에 서 있는 것은 세계였다. 그가 다시 찾은 건 세계였다. 그 세계가 그의 의지력에
    이끌려 그에게 몸을 내맡긴 것이다. 하늘과 숲과 냇물이 새롭고도 생기가 넘치는 빛깔로 몸을 바꾸고 그 청년을 마중나왔다. 세계의 모든 것이 그의 소유가 되었으며, 그의 운명을 이야기했다. 그 청년은 단 한 사람의 여자를 얻는 대신 전세계를 자기 품에 안은 것이다. 하늘에 있는 모든 별이 그의 가슴 속에서 사랑의 불길을 치솟게 하였고, 그의 영혼 속으로 뚫고 들어가 쾌락의 불꽃을 튀겼다.
    그 청년은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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